전자기록·전자서명(ERES)과 GMP 준수: 디지털 규제 시대의 핵심 전략
1. ERES와 21 CFR Part 11의 본질적 의미
제약 및 바이오 산업에서 **전자기록(Electronic Records)과 전자서명(Electronic Signatures, ERES)**은 단순한 업무 자동화 수단이 아니라, 규제 준수를 위한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FDA가 발표한 21 CFR Part 11 규정은 전자 데이터와 서명을 종이 기반 기록과 동일하게 인정하기 위한 조건을 정의하고 있으며,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환경에서 이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데이터 무효화, 허가 취소, 제품 회수 같은 치명적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ERES의 본질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무결성’을 보장하는 데 있다. 즉, 누가, 언제, 무엇을 기록했는지 추적 가능해야 하며, 전자 서명은 해당 기록의 진위성을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단순히 종이 기록을 전자화하는 수준이 아니라, 규제기관이 요구하는 기술적·관리적 통제 장치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 이 규정은 미국 내에서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사실상 표준처럼 인식되고 있어, 각국 GMP 심사에서 반드시 확인되는 핵심 항목으로 자리 잡았다.
2. 종이 기록과 전자 기록의 차이와 리스크
기존의 종이 기반 기록 시스템은 관리가 단순하고 직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GMP 규제에서 요구하는 **데이터 무결성(Data Integrity)**을 보장하기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종이 기록은 수정 흔적이 명확히 남지 않거나, 필체 오류, 기록 누락, 불법적인 위조 가능성이 존재한다. 반면 전자 기록 시스템은 접근 권한 제어, 자동 백업, 변경 이력 관리 기능을 통해 데이터 신뢰성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 그러나 단순히 전자화만 했다고 해서 규제 요구를 충족하는 것은 아니다. 21 CFR Part 11은 사용자 인증, 전자 서명의 고유성, 비밀번호 관리, 시스템 검증 등 기술적 요건을 엄격히 요구한다. 만약 이러한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전자 기록은 공식적인 GMP 증거 자료로 인정받을 수 없으며, 이는 심사 시 규제 위험으로 직결된다. 실제로 일부 기업은 전자 시스템을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접근 권한 관리 미흡이나 비밀번호 공유 같은 이유로 규제 불이행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따라서 기업은 종이 기록에서 전자 기록으로의 전환을 단순한 ‘업무 효율성 개선’으로 인식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규제 대응 관점에서 시스템 설계를 검토해야 한다.
3. GMP 환경에서의 ERES 도입 베스트 프랙티스
GMP 환경에서 ERES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베스트 프랙티스를 따를 필요가 있다. 첫째, **컴퓨터 시스템 검증(Computer System Validation, CSV)**이다. 전자 기록과 전자 서명을 다루는 모든 시스템은 설치 적격성(IQ), 운영 적격성(OQ), 성능 적격성(PQ)을 통해 검증되어야 하며, 이 과정이 문서화되어야 규제기관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둘째, 전자 서명 관리 체계다. 전자 서명은 개인에게 고유하게 부여되어야 하며, 비밀번호 공유나 자동 로그인 같은 행위는 금지된다. 서명 시에는 시간 기록과 행위 목적이 함께 저장되어야 하며, 이는 GMP에서 요구하는 추적성(Traceability) 확보에 필수적이다. 셋째,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 제정이다. 전자 기록 작성, 검토, 승인 절차를 표준화하여 모든 사용자가 동일한 기준에 따라 행동하도록 해야 한다. 넷째, 내부 감사(Audit Trail) 활용이다. 시스템은 모든 기록의 생성·수정·삭제 이력을 남겨야 하며, 이 감사 기록은 변경 이유까지 포함해야 규제기관이 신뢰할 수 있다. 다섯째, 사용자 교육이다. 아무리 뛰어난 전자 시스템이라도 사용자가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규제 불이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교육과 훈련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실무적 접근을 통해 기업은 단순히 규제를 충족하는 것을 넘어, 품질경영 수준 강화와 글로벌 신뢰 확보라는 이점을 얻을 수 있다.
4. 미래 지향적 ERES 전략과 글로벌 규제 대응
ERES와 21 CFR Part 11 준수는 단순히 미국 규제 대응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진출의 관문이 되고 있다. 유럽 EMA, WHO, PIC/S 등 국제 규제기관은 데이터 무결성과 전자 기록 관리 수준을 심사에서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글로벌 허가 과정에서 배제될 수 있다. 따라서 미래 지향적 ERES 전략은 단순히 전자 시스템 구축을 넘어서, 국제 규제 조화에 부합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한, 디지털 전환의 진화와 함께 AI 기반 감사 트레일 분석,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전자 서명 진위 검증 같은 혁신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이는 데이터 위·변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규제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새로운 증거 체계를 마련하는 데 기여한다. 더 나아가 ESG 경영 측면에서도 종이 기록을 전자화함으로써 환경적 부담을 줄이고, 원격 심사나 글로벌 협업을 지원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결국 전자기록·전자서명과 GMP 준수의 결합은 단순 규제 대응이 아니라, 품질 혁신·글로벌 경쟁력·지속가능 경영을 동시에 달성하는 미래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