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리데이션과 검증: GMP에서 요구하는 단계별 절차
1. GMP 밸리데이션과 검증의 본질 이해
밸리데이션(validation)과 검증(verification)은 GMP에서 자주 혼용되지만, 사실상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개념이다. 밸리데이션은 특정 공정이나 장비, 시험법이 일관되게 원하는 품질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활동이다. 반면 검증은 이미 정의된 기준이나 요구사항에 대해 실제로 맞게 수행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즉, 밸리데이션은 ‘과정이 신뢰할 수 있는지’를 보장하는 것이고, 검증은 ‘그 결과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를 확인하는 단계라 할 수 있다. GMP 환경에서는 두 요소가 함께 작동해야 한다. 밸리데이션을 통해 큰 틀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검증을 통해 세부적인 이행 여부를 체크함으로써 의약품 품질과 환자 안전을 보장할 수 있다. 결국 밸리데이션과 검증은 GMP 품질보증의 양 날개와 같아, 어느 한쪽이라도 소홀히 다루면 전체 시스템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2. 설계단계에서의 DQ, IQ, OQ, PQ
GMP 밸리데이션 절차는 보통 **DQ(Design Qualification) → IQ(Installation Qualification) → OQ(Operational Qualification) → PQ(Performance Qualification)**라는 네 가지 큰 단계로 나뉜다. 먼저 DQ는 설계 적합성 평가로, 장비나 시스템이 사용 목적에 맞도록 설계되었는지를 검토한다. 그 다음 IQ는 설치 적합성 평가로, 실제 설치가 설계대로 진행되었는지, 필요한 부품이나 문서가 모두 준비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이어지는 OQ는 운전 적합성 평가로, 장비나 공정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시험하는 단계다. 마지막으로 PQ는 성능 적합성 평가로, 실제 생산 조건에서 해당 시스템이 일관된 품질의 결과를 낼 수 있는지를 입증한다. 이 네 가지 단계는 단순한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위험을 예방하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일련의 안전장치라 할 수 있다. 각 단계에서 충분히 시간을 들여 검토하지 않으면, 뒤에서 발생할 문제를 수정하는 데 훨씬 더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3. 공정 밸리데이션과 검증 활동의 실무 적용
실무에서는 밸리데이션과 검증이 다양한 형태로 적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공정 밸리데이션(Process Validation)**으로, 제조 공정이 동일한 조건에서 반복되었을 때 항상 일관된 품질을 보장하는지를 입증하는 활동이다. 또 다른 중요한 분야는 **시험법 검증(Method Validation)**이다. 시험법 검증은 분석법이 정확성, 정밀성, 특이성 등 다양한 성능 지표를 충족하는지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 과정에서 반복성(Reproducibility)과 일관성(Consistency)은 가장 중요한 지표로 다뤄진다. 또한 설비 청소 후 오염이 남아있지 않음을 확인하는 청소 밸리데이션(Cleaning Validation) 역시 GMP의 필수 요건이다. 이렇듯 밸리데이션은 단순히 문서 작성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품질을 담보하는 과학적 증거’를 제공하는 도구다. 반면 검증은 각 밸리데이션 단계에서 수립된 기준이 제대로 준수되고 있는지를 점검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두 활동은 따로 떨어진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끊임없이 서로를 보완하며 GMP의 기반을 공고히 한다.
4. 미래 지향적 밸리데이션 전략과 품질문화
최근 GMP 트렌드에서는 밸리데이션을 단순히 ‘일회성 절차’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위험기반 접근(Risk-Based Approach)**과 **지속적 모니터링(Continuous Monitoring)**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한 번 수행된 밸리데이션 결과를 영원히 신뢰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이 변경되거나 환경이 변할 때마다 데이터를 분석하여 리스크를 다시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은 규제기관이 권장하는 방향성과도 맞아떨어진다. 나아가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실시간 데이터 수집과 분석이 가능해지면서, 밸리데이션은 점점 더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의사결정 도구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직 내부의 **품질문화(Quality Culture)**다. 아무리 정교한 절차와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도, 구성원들이 이를 형식적으로만 따른다면 진정한 무결성을 확보할 수 없다. 결국 밸리데이션과 검증의 성공은 규정의 준수뿐 아니라, 품질을 최우선으로 두는 문화적 토대 위에서 비로소 완성된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