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와 ISO 13485의 차이: 의료기기 품질경영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
1. GMP와 ISO 13485의 기본 개념과 목적
기업은 의료기기 품질 관리 체계를 구축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국제적 기준이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와 ISO 13485이다. 두 제도 모두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품질을 보장하는 공통된 목표를 갖지만, 접근 방식과 세부 요구 사항에서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GMP는 주로 각 국가의 규제 기관이 제시하는 법적 기준으로, ‘제조 및 품질 관리’에 집중한다. 즉, 원자재 입고부터 생산, 포장, 출하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위생과 일관성을 확보하는 데 목적이 있다. 반면 ISO 13485는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제정한 품질경영시스템 규격으로, 단순 제조 공정에 국한되지 않고 품질경영 시스템 전반을 아우른다. 설계, 위험관리, 제품 실효성 검증 등 전 단계가 포함되며,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GMP는 ‘규제 준수’라는 성격이 강한 반면, ISO 13485는 ‘국제적 신뢰 확보’를 위한 경영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2. 규제적 성격의 차이와 적용 범위
의료기기 기업은 GMP와 ISO 13485를 동일하게 여기기 쉽지만, 실제로는 적용 범위와 규제 성격이 크게 다르다. GMP는 각국의 보건 당국이 법적으로 요구하는 강제 규정이므로, 의료기기를 해당 시장에서 판매하기 위해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 FDA의 21 CFR Part 820, 한국의 KGMP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규정은 위반 시 시정 명령, 판매 금지, 심지어 형사 처벌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법적 책임이 직접적으로 수반된다. 반면 ISO 13485는 법률이 아닌 국제 표준으로서, 인증을 받는 것은 선택 사항이다. 그러나 선택 사항이라 하더라도 글로벌 유통망에서는 ISO 13485 인증이 사실상 필수 요건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유럽 시장에서 CE 마크를 획득하려면 ISO 13485 기반 품질경영시스템이 요구되며, 다국적 기업과의 협력에서도 인증 여부가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정리하면, GMP는 특정 국가에서 ‘들어가기 위한 문’이라면 ISO 13485는 세계 시장에서 ‘신뢰를 보장하는 열쇠’라고 비유할 수 있다.
3. 운영 체계와 심사 방식의 차별성
기업은 GMP와 ISO 13485를 동시에 준비하면서 그 차별성을 반드시 이해해야 한다. GMP는 현장 운영의 실질적 상태를 강조하며, 제조 공정이 규정된 절차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따라서 GMP 심사에서는 작업장의 청결, 작업자 훈련 수준, 생산 기록 관리 등이 직접적인 검증 항목으로 포함된다. 반면 ISO 13485는 문서화와 시스템적 일관성을 강조한다. 품질 목표 설정, 경영진 검토, 위험 관리 문서, 설계 검증 기록 등 전사적 품질경영체계가 국제 표준에 맞게 정립되어 있는지가 핵심 평가 대상이다. 다시 말해 GMP는 “현재 이 공정이 안전하게 운영되고 있는가?”에 집중하는 반면, ISO 13485는 “조직 전체가 품질경영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가?”를 검증하는 데 무게를 둔다. 이 차이는 기업이 두 체계를 운영할 때, GMP는 현장 중심 관리, ISO 13485는 시스템 중심 관리로 분리해 접근해야 함을 보여준다. 두 기준을 단순히 중복된 요구사항으로 인식한다면 불필요한 문서 과부하와 운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4. GMP와 ISO 13485의 통합적 활용 전략
의료기기 기업이 장기적인 성장을 목표로 한다면, GMP와 ISO 13485를 단순히 ‘개별 인증’으로 보는 관점에서 벗어나야 한다. 두 기준은 서로 대립되는 체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활용할 때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한다. GMP는 법적 규제를 준수하고 특정 국가 시장 진입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 요건을 제공한다. 여기에 ISO 13485를 접목하면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신뢰성과 경영 시스템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GMP 기반으로 생산 현장을 관리하면서도 ISO 13485 체계에 맞추어 설계 단계의 위험 분석과 품질 개선 활동을 병행한다면, 규제 대응과 국제 경쟁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다. 또한 최근 의료기기 산업에서는 ESG, 디지털화, 환자 안전성 강화 등 새로운 이슈가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GMP와 ISO 13485를 통합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은 단순 규제 준수를 넘어, 혁신적 품질경영 모델을 선도하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다. 결국 두 체계의 차이를 이해하고 통합 전략을 구축하는 것이 의료기기 산업에서 장기적 신뢰와 지속가능한 성과를 확보하는 핵심 열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