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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기능식품 vs 의약품 – 경계가 흐려진 소비자의 선택

까칠한이과장 2025. 7. 30. 11:20

1. 소비자 인식의 혼선: 건강기능식품을 약처럼 믿는 이유

최근 몇 년 사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면역력 강화와 건강 유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건강기능식품을 ‘일상 복용용 약’처럼 인식하는 소비자가 급격히 늘었다. 실제로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을 약처럼 복용하고 있다’고 답한 비율이 60%를 넘어섰고, 특히 50대 이상에서는 그 비율이 더욱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은 단순한 정보 부족 때문만이 아니라, 건강기능식품의 광고 방식과 외형, 포장 디자인이 의약품과 유사해진 점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건강기능식품은 분명 식약처로부터 기능성을 인정받아 특정한 생리활성을 나타낼 수 있는 제품이다. 하지만 이는 질병 치료 또는 예방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과는 본질적으로 구분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면역에 도움’, ‘관절에 도움’ 등의 표현을 ‘치료’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건강기능식품 복용 이후 기대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자 해당 제품을 ‘불량’이라거나 ‘사기’라고 표현하는 소비자 민원이 늘어나는 것도 이러한 혼선의 증거다. 즉, 건강기능식품의 효과를 의약품처럼 과신하거나 오용하는 경향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건강기능식품 vs 의약품 – 경계가 흐려진 소비자의 선택


2. 법적 기준과 효능 차이: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본질적 구분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가장 큰 차이는 제조 목적과 규제 수준에 있다. 의약품은 질병의 예방, 치료, 경감, 처치를 목적으로 하며, 임상시험을 포함한 엄격한 규제를 거쳐 허가된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일반 식품에 기능성 성분이 추가된 형태로, 특정 생리 기능을 ‘도와주는’ 수준의 효능만을 인정받는다. 즉, 건강기능식품은 치료 목적의 의약품과 달리, 일상적인 건강 유지나 기능성 보완을 위한 보조 수단에 가깝다.

예를 들어, 관절 건강을 위한 의약품으로는 글루코사민 황산염을 포함한 처방 약물이 있으며, 이는 명확한 효과와 부작용 정보가 임상시험을 통해 검증된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으로는 보스웰리아 추출물, MSM 등이 함유된 제품이 있는데, 이는 기능성은 인정되지만 약물 수준의 치료 효과는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소비자는 두 제품의 효능을 동일시하거나, 건강기능식품을 대체 치료제로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한다.

또한 의약품은 복용량, 복용 시기, 금기사항 등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으며, 의료 전문가의 처방이나 상담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이미지 때문에 오남용의 우려가 커지며, 특히 고령층에서 복용 중인 의약품과 상호작용을 고려하지 않고 건강기능식품을 병용하는 경우 심각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3. 경계를 흐리는 마케팅 전략: 광고와 패키징의 위험한 유사성

소비자가 건강기능식품을 의약품처럼 인식하게 되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마케팅 기법의 유사성이다. 의약품은 ‘치료 효과’를 명확히 표기할 수 있는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을 도움’이라는 제한적 문구만을 사용할 수 있음에도, 광고와 홍보에서는 마치 치료 효과가 있는 것처럼 암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유명 연예인을 내세운 TV 광고, 건강정보 프로그램의 협찬형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의약품 수준의 신뢰감을 무의식적으로 주입한다.

또한 포장 디자인 역시 혼선을 부추긴다. 건강기능식품이 블리스터 포장(알약 형태 포장), 흰색 정제, 파우치 형태 등을 채택하면서 일반 소비자는 겉모습만 보고 의약품과 구분하기 어렵다. 심지어 일부 제품은 약국에서 판매되기도 하며, 마치 전문 약사의 추천을 받은 의약품처럼 포지셔닝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요소들이 소비자의 혼동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일부 업체들은 고의적으로 의약품과 유사한 이미지를 활용하여 매출 증대를 노리는 경우도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은 단지 소비자 인식 문제에 그치지 않고, 불법 광고와 소비자 피해 사례로 이어진다. 식약처는 매년 수천 건의 건강기능식품 허위·과장 광고 사례를 적발하고 있으며, 그 중 다수는 ‘○○ 질환 완화’, ‘○○ 치료 효과 있음’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기만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며, 소비자 보호를 위한 강력한 규제 강화가 필요한 지점이다.


4. 소비자 선택을 위한 방향: 교육, 표기, 정책의 삼각 균형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경계를 명확히 인식하고, 올바른 소비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교육, 명확한 제품 표기, 정책 정비라는 세 가지 방향의 균형이 필요하다. 첫째, 소비자 스스로가 건강기능식품의 기능성과 한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공공 캠페인과 학교·직장 중심의 건강 정보 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 단순히 제품을 고르는 요령이 아니라, “왜 이 제품은 약이 아닌가?”를 인지하게 만드는 교육적 접근이 중요하다.

둘째, 제품의 라벨링 및 패키징에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사실을 명확히 표시하도록 법적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는 기능성 표시와 건강기능식품 마크만으로는 소비자가 이를 의약품과 구별하기 어렵다. 향후에는 기능성 문구의 표기 위치, 글자 크기, 색상 등을 의무화하거나 의약품과의 유사 포장을 제한하는 디자인 가이드라인도 필요할 것이다.

셋째, 정책적으로는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의 구분을 명확히 하는 규제를 강화하고, 동시에 의료진과 약사들이 소비자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보건의료 교육 체계도 개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약국에서 건강기능식품을 판매하는 경우, 복용 중인 약물과의 병용금기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