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

“카페인처럼 중독되는 약?” – 경계성 의약품의 기준과 논쟁

까칠한이과장 2025. 7. 30. 15:11

1. 경계성 의약품이란 무엇인가 – 중독성과 의약적 효능 사이

‘경계성 의약품’이란 일반의약품(OTC) 또는 처방의약품 중에서, 의학적 효능은 있으나 남용·오용 가능성이 높고, 중독성이 있는 약물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마약류처럼 명확한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사용자의 습관적 복용이나 의존성이 문제가 될 수 있는 약물군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 카페인, 에페드린, 코데인, 디펜히드라민(수면 성분) 등이 있다.

이러한 약물은 원래 일정한 조건 하에 사용할 경우 효과적이지만, 복용량 증가나 지속적 사용으로 인해 약물 의존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카페인은 대표적인 경계성 성분으로, 전 세계적으로 합법적이며 다양한 식품에 포함되어 있지만, 지속적인 섭취 시 금단 증상, 집중력 저하, 두통 등 중독 유사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경계성 약물은 국가마다 규제 기준이 상이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코데인을 소량 포함한 기침약이 일부 주에서 OTC로 판매되지만, 한국에서는 처방전 없이는 구입할 수 없다. 이는 중독 가능성과 약효 사이의 균형에 대한 정책적 판단 차이에 따른 것이다. 경계성 의약품의 핵심 논점은 바로 이 지점이다. 얼마나 효과적인가? vs 얼마나 위험한가?

“카페인처럼 중독되는 약?” – 경계성 의약품의 기준과 논쟁


2. 사용자의 자율성과 규제의 딜레마 –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경계성 약물에 대한 규제는 복용자의 자율성 보호와 공중 보건 간의 균형 문제로 이어진다. 약물의 사용 목적이 치료인지, 습관인지 구분이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피로회복제나 수면보조제처럼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자주 사용되는 약물이 대표적인 예이다.

에페드린 계열의 성분은 원래 감기약이나 기관지 확장제로 사용되지만, 체중 감량 효과가 있어 일부 소비자들이 의도적으로 복용량을 늘리거나 운동 전 복용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수면 보조 성분인 디펜히드라민 역시 졸음을 유도하는 효과를 이유로 상습적 사용자가 늘고 있으며, 장기 사용 시 기억력 저하나 혼동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경고도 존재한다.

여기서 문제는 이러한 약물의 복용이 법적으로는 위법이 아니나, 의학적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일반의약품은 인터넷이나 약국에서 손쉽게 구매할 수 있어 통제가 어렵고, 사용자가 복용량을 자의적으로 조절하면서 ‘자가 진료’가 일상화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런 상황에서 각국의 규제 기관은 약물의 판매 방식(전면 OTC → 약국 판매 전용 → 처방 필요)이나, 포장 단위 제한, 연속 구매 차단 시스템 등을 도입하여 오용을 막으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사용자의 반발, 약국과 제약사의 경제적 영향 등을 고려하면, 강력한 규제는 여전히 어려운 과제다.


3. 중독과 의존의 경계 – 소비자 행동과 뇌 과학이 말하는 것들

경계성 약물의 가장 큰 특징은 물리적 중독보다는 심리적 의존의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카페인을 예로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루 한두 잔의 커피에 만족하지만, 일부는 이 섭취량이 점점 증가해 하루 수 잔 이상 마시지 않으면 두통이나 무기력함을 느낀다. 이는 뇌의 도파민 시스템과 연관되어 있으며, 보상 회로가 반복적인 행동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약물 의존성 분류 기준에서도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약물 중독을 신체적 금단 증상 여부, 복용량 증가 경향성, 심리적 집착 등으로 나눈다. 경계성 의약품은 일반적으로 신체적 금단은 약하지만, 심리적 의존과 행동 습관화 경향이 강한 약물로 분류된다.

최근에는 디지털 헬스 기술과 뇌파 연구 등을 통해 약물 사용 패턴과 중독성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분석하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AI 기반 건강 앱은 사용자의 복약 주기, 사용량 증가 여부, 증상 발생 시 복용 의존도 등을 분석하여 잠재적 의존 경고 메시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경계성 의약품의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의약품 중독’이라는 개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도 중요하다. 아직도 많은 소비자들은 비처방 약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오해하며, 습관적으로 복용하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는 결국 건강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며, 사회적으로 의약품 소비의 윤리적 소비 문화 정착이 요구된다.


4. 미래 규제 방향 – 중간 등급 의약품의 필요성과 사회적 합의

앞으로 경계성 의약품에 대한 사회적 대응은 더욱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단순히 ‘의약품 vs 마약’이라는 이분법적 구분이 아닌, 중간 등급(Mid-tier drug)의 도입과 다층적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예를 들어, 한국 식약처는 일부 감기약 성분에 대해 ‘약국 외 판매 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알약 수량 제한 등의 미세 조정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일본은 ‘제1류, 2류, 3류 일반약’처럼 의약품을 세부 등급화하여 접근성은 유지하되 정보 제공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디지털 약국 이용 시 AI 기반 위험 경고 시스템을 통해 소비자에게 약물 선택에 대한 자가 경고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사용자 자율성과 공중보건을 동시에 보장하는 효과적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국내에서도 향후 디지털 헬스, 약사 상담 앱, QR 기반 구매 이력 추적 시스템 등을 통해 개인별 복약 패턴 기반의 규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즉, 무조건적인 금지보다, 정교한 데이터 기반의 예방적 규제와 교육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 인식 변화와 교육이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스스로 자신의 복약 습관을 인지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규제는 무의미하다. 경계성 의약품의 문제는 단지 약의 성분이 아니라, 그 약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