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P

의료기기 밸리데이션과 제약 밸리데이션, 무엇이 다른가?

까칠한이과장 2025. 7. 30. 20:20

1. 규제기관 기준의 차이 – 의료기기 ISO 13485 vs 제약 GMP

의료기기와 제약 밸리데이션의 가장 큰 차이는 적용되는 규제 프레임워크와 인증 기준에서 시작된다. 제약산업의 밸리데이션은 대부분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FDA, EMA 등의 의약품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가이드라인을 따르며, 주요 참조 문서는 ICH Q7, Q8, Q9, Q10 등이 있다. 제약 분야는 의약품의 효능, 안전성, 품질 일관성을 입증하기 위한 공정 밸리데이션, 청정구역 밸리데이션, 세척 밸리데이션, 설비 밸리데이션 등을 광범위하게 수행한다.

반면 의료기기 분야는 ISO 13485:2016 품질경영시스템을 중심으로 리스크 기반의 품질 관리 체계가 적용된다. 또한 밸리데이션은 특히 공정 밸리데이션(Process Validation), 소프트웨어 밸리데이션(Software Validation), 멸균 밸리데이션(Sterilization Validation) 등에 집중되어 있다. 의료기기는 제약보다 제품 다양성과 사용 환경의 복잡성이 커서, 밸리데이션 시 제품별·등급별 접근이 중요하다.

특히 2022년부터 MFDS는 의료기기 제조소에 대해 GMP 적합성 평가 항목 중 밸리데이션 요건을 강화하고 있으며, 의료기기법 개정으로 인해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디지털 헬스 기기 등)**에 대한 밸리데이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의료기기 밸리데이션과 제약 밸리데이션, 무엇이 다른가?


2. 공정 밸리데이션의 접근 방식 – 일관성 vs 사용자 안전성

제약과 의료기기 모두 **공정 밸리데이션(Process Validation)**을 수행하지만, 그 목적과 접근 방식에는 명확한 차이가 있다. 제약에서는 동일한 조건 하에서 일관된 품질의 제품이 반복 생산됨을 과학적 데이터로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제약의 공정 밸리데이션은 생산 전(IQ/OQ), 공정 적합성 검증(PQ), **지속적 검증(CPV)**의 3단계 모델로 구성되며, 이는 ICH Q8~Q10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다.

의료기기는 공정 밸리데이션 수행 시, 제품이 환자 또는 사용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리스크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가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멸균 공정 밸리데이션에서는 SAL(Sterility Assurance Level) 목표 도달 여부가 핵심이며, 소프트웨어 기반 제품이라면 기능적 오류가 환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하여 그에 맞는 리스크 완화 전략을 밸리데이션 프로토콜에 반영해야 한다.

또한 의료기기는 제약보다 소량 다품종 생산이 많아, 제품별 특성에 맞는 **범위 조정(Scope Control)**이 밸리데이션 기획 시 매우 중요하다. 의료기기의 ISO 14971(리스크 관리)에 따라 밸리데이션과 리스크 평가가 통합되어야 한다는 점도 제약과의 중요한 차별점이다.


3. 소프트웨어 밸리데이션 – 의료기기의 핵심, 제약의 보조적 요소

오늘날 소프트웨어는 제약과 의료기기 모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밸리데이션 중요도는 명백히 다르다. 제약에서는 **CSV(Computer System Validation)**가 품질 시스템의 **보조적 역할(예: 전산화 기록, 전자서명, 공정 모니터링 등)**로 인식되는 반면, 의료기기에서는 소프트웨어 자체가 제품의 핵심 기능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심박 측정 웨어러블, 디지털 당뇨 모니터, AI 기반 진단기기 등은 소프트웨어 성능이 곧 제품의 품질이자 안전성이다. 이러한 경우, IEC 62304 기준에 따라 소프트웨어 생명주기 밸리데이션, 기능 테스트, **요구사항 기반 테스트(traceability)**가 의무적으로 수행된다.

반면, 제약의 CSV는 GAMP5 기준을 따르며, 시스템 도입 시 요구사항 정의(URS), 위험 평가(RA), 벤더 평가, IQ/OQ/PQ 테스트 등의 문서화 절차 중심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의료기기 분야는 동적 테스트사용자 시나리오 기반 테스트에 더 큰 비중을 두며, AI나 머신러닝이 포함될 경우엔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까지 밸리데이션 항목에 포함된다.

특히 2023년 이후, MFDS와 FDA는 AI 기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에 대한 밸리데이션 가이드라인을 각각 발표하며, “데이터 기반 검증”과 “성능 재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제약 CSV보다 훨씬 제품 중심의 밸리데이션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4. 밸리데이션 실무의 차이 – 문서 중심 vs 리스크 중심 전략

마지막으로 실무 차원에서 두 산업의 밸리데이션은 문서화 범위, 트레이닝 요건, 유지·관리 전략에서 차이를 보인다. 제약 밸리데이션은 정량적 기준, 프로세스 반복성, **데이터 무결성(ALCOA+)**을 기반으로 매우 문서 중심적으로 운영된다. 식약처와 FDA는 문서의 추적 가능성(traceability), 변경관리 기록, CAPA 대응 등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반면 의료기기 밸리데이션은 제품군에 따라 필요한 검증 항목을 선별하는 리스크 기반 접근법을 택한다. 같은 공정이라도 제품의 위험도에 따라 테스트 항목이 달라질 수 있으며, 유연한 적용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의료기기 실무자는 밸리데이션 기획 시 ISO 14971 기반 리스크 평가 결과를 반영해야 하며, 종종 임상시험, 사용성 평가, HFE(Human Factors Engineering) 등의 결과도 통합 분석한다.

또한 의료기기는 규제당국이 **디자인 밸리데이션(Design Validation)**의 적정성을 제품 승인 과정에서 직접 확인하는 반면, 제약은 제조소 GMP 적합성 평가와는 별개로 허가 자료에서 평가된다. 이처럼 의료기기 밸리데이션은 전 과정에서 제품 책임성과 환자 안전성에 직결되는 구조로 운영된다.

요약하면, 제약은 과학적 일관성 및 문서 관리, 의료기기는 환자 안전성 중심의 유연한 리스크 평가라는 핵심 전략 차이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