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적 재산권이 지배하는 약의 세계 – 특허는 왜 중요한가?
신약 한 알이 시장에 나오기까지는 평균 10~15년, 비용은 수천억 원 이상이 투입된다. 이처럼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이유는 임상시험의 복잡성뿐 아니라 신약 개발 성공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이를 보호하기 위해 제약사는 지적 재산권, 그중에서도 물질특허와 제조공정 특허를 중심으로 방어 체계를 구축한다. 특허는 신약 출시 후 일정 기간 동안 경쟁사의 복제약 출시를 막고, 단독 독점 판매를 보장해 준다. 이는 연구개발(R&D)에 투자한 자본을 회수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보호장치다. 또한, 복제약(Generic)의 등장까지 시간을 벌어, 브랜드 가치와 시장 점유율을 공고히 다질 수 있다. 결국 특허 전략은 제약사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 경쟁력이다.
2. 글로벌 제약사들의 특허 전쟁 – 다국적 등록의 기술
글로벌 제약사들은 단일국가가 아닌 전 세계 주요 시장에 동시에 특허를 출원한다. 이때 활용되는 것이 PCT(특허협력조약)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하나의 국제 출원으로 약 150여 개국에서 동시에 특허 보호를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은 의약품의 용도, 제형, 복합 성분, 투여 방법 등 다양한 특허를 중첩 등록해 방어 장벽을 높이는 ‘에버그리닝(Evergreening)’ 전략을 펼친다. 예컨대 화이자의 리피토는 원천 특허가 만료된 이후에도 여러 후속 특허를 통해 수년간 시장 점유율을 유지했다. 이 같은 ‘특허 클러스터’ 전략은 개발보다 더 정교하고 치밀한 사업 수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3. 중저가 복제약의 위협 – 개도국과의 특허 충돌
세계보건기구(WHO)나 WTO 산하의 TRIPS 협정은 국제 무역 규범과 특허를 연결하지만, 공공보건을 위한 유연성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강제실시권(Compulsory License)**이다. 이는 정부가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도 복제약 생산을 허용하는 제도로, 아프리카 및 인도, 태국 등이 HIV 치료제, 항암제에 이를 적용한 바 있다. 반면 다국적 제약사는 자사의 수익 감소와 지식재산권 훼손을 이유로 무역 보복 또는 소송에 나서기도 했다. 글로벌 제약시장에서는 이처럼 특허권과 인류 보건 사이의 균형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의약품의 가격과 접근성이 국가별로 크게 차이나는 현실이 이어지고 있다.
4. 특허의 끝은 시작 – 데이터 독점과 후속전략의 진화
특허만료가 다가오면 제약사는 새로운 무기로 **‘데이터 독점권(Data Exclusivity)’**을 꺼내든다. 이는 경쟁사가 동일한 데이터를 활용해 복제약을 승인받지 못하도록 막는 비특허적 보호 장치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에서는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도입을 지연시키기 위해 이 전략이 빈번히 사용된다. 한편 일부 제약사는 만료된 약물을 새로운 적응증으로 재포지셔닝하거나, 복합제로 재구성해 신제품처럼 재출시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선점한다. 이처럼 제약사의 특허 전략은 단순한 권리 확보를 넘어, **전략적 제품 수명 주기 관리(Lifecycle Management)**로 진화하고 있다. 약 하나에 담긴 지식, 법률, 전략은 세계 경제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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