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 QC 부서, 품질의 최전선을 책임지는 사람들
의약품은 인체에 직접 투여되는 제품이기 때문에 제조 과정의 모든 순간이 매우 민감하고 철저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은 ‘품질관리’라는 단어를 막연히 들어봤지만, 실제로 제약회사에서 QC(Quality Control) 부서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QC 부서는 원료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에 걸쳐 품질을 시험하고 데이터를 검증하는 품질의 최전선에 서 있다. 단순히 시료를 분석하고 결과를 기록하는 것이 아닌, 의약품이 기준에 적합한지를 수치로 증명하고, 그 과정을 문서화하며, 이상이 발생했을 때 원인을 규명하는 매우 정교한 역할을 한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QC 업무를 수행했던 입장에서, 이 부서의 업무 흐름과 현장에서 마주하는 복잡한 고민, 그리고 이 직무가 가진 잠재력에 대해 구체적으로 풀어보겠다.
QC 부서의 주요 업무 흐름과 실무
QC 부서의 하루는 대개 시험 계획 수립과 시료 접수로 시작된다. 원료 입고 시 또는 제조된 제품이 완성되면, QC팀은 일정 기준에 따라 시료를 채취하고 시험 항목에 따라 분석을 시작한다. 여기에는 기기 분석(HPLC, GC, UV 등), 이화학 시험(용출, 함량, 확인시험), 미생물 시험 등 매우 다양한 시험법이 포함된다. 이 모든 시험은 사전에 승인된 SOP에 따라 엄격하게 수행되며, 결과값은 **시험기록서(Raw Data 포함)**로 작성되어 보관된다. 또한, 시험 중 이상 결과(OOS: Out of Specification)가 나오면 그 즉시 조사보고서를 작성하고 재시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긴박한 업무가 이어진다. QC는 단순히 실험실에서 시험만 하는 것이 아니라, 시험기기 관리, 시약 유효기간 관리, 공정 중 시험(IPC), 환경모니터링 수행 등 다양한 보조 업무도 병행하기 때문에 하루가 굉장히 밀도 높고 복합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험실의 현실과 QC가 마주하는 고충들
QC 업무는 외부에서 보기에는 과학적이고 이성적인 분석 위주의 업무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예민한 감각과 판단력이 동시에 필요한 고난도 작업이다. 실험 결과는 숫자처럼 명확해 보일 수 있지만, 조금의 오차나 조건 변화에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 시험자의 숙련도와 집중력이 매우 중요하다. 예를 들어, HPLC 분석 중 컬럼 상태가 미세하게 변형되면 크로마토그램이 흐려지거나 피크가 이동할 수 있다. 이때 단순히 기기 탓으로 넘기지 않고, 시약의 상태, 시료의 전처리 조건, 기기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또한, 모든 실험 기록은 전자기록(ER) 및 전자서명(ES) 기준에 따라 완전하게 남겨야 하며, 그 어떤 실수도 감춰지지 않기 때문에 긴장감 속에서 업무를 이어가야 한다. 실험실 특유의 정적 분위기 속에서도 QC는 늘 정확성과 재현성을 유지해야 하며, 작은 실수가 전체 제품 배치(batch)의 폐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을 안고 있다.
QC 직무의 발전 가능성과 개인 커리어에 미치는 영향
QC 직무는 단순히 실험을 반복하는 기능직으로만 여겨져서는 안 된다. 데이터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시험법을 검증하고, 시험 환경을 개선하는 일련의 과정 자체가 하나의 품질 시스템이다. 특히 최근에는 GMP 외에도 ICH Q2(R2), Q14, 전자시험기록 관리, 그리고 데이터 인테그리티 기준이 강화되면서 QC는 단순 시험자에서 시험 설계자 및 데이터 평가자로서의 역할을 더욱 요구받고 있다. 실험기기를 다루는 기술뿐만 아니라, 통계 해석, 품질 리스크 평가, SOP 개선 제안 능력 등 다양한 역량이 복합적으로 필요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경험이 쌓이면 시험법 개발팀, QC 팀장, QA 전환, RA 연계, 품질 컨설턴트 등 다양한 진로로 확장도 가능하다. 즉, QC는 실험실 안에서 끝나는 직무가 아니라, 제약 품질 시스템 전체의 기반을 다지는 필수적인 출발점이자, 정확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커리어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전략적인 포지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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